현대 기업을 위한 협업 솔루션(Collaboration Solution) 에 대해서

협업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와 관련된 협업 시스템이나 솔루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첫 회사 첫 직장을 전자 제품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이 편리하게 자신들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연구부서에 들어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워낙 부서의 주업무가 CAD/CAM/CG 와 같이 컴파스, 자, 펜으로 작업하던 기존 제도기를 대체하는 시스템을 보급 및 교육하는 일에서부터 이러한 캐드 시스템간의 데이터 교환과 문서,도면관리시스템을 만드일에 이르는 솔루션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을 맡아서 그런지 아무튼 협업솔루션에 대한 ‘본질’ 에 대해서 일찍 겪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만들어나간 경험이 아마도 제 인생의 1/3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뜬금없지만 그 당시 상황을 제 어설픈 기억력에 의지해서 재구성해보자면 워낙 80년대말 90년대초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딴나라 얘기였고 사내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일히 플로피디스크를 들고다니는 일들이 많았었지요. 다행히 제가 있던 부서는 나른 많은 자금을 가지고 사내 IBM 기반의 캐드시스템과 HP에서 수억씩하는 워크스테이션들이 있었던 부서였습니다. 토큰링방식의 동축케이블로 연결된 네트워크로 워크스테이션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었구요.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이더네방식의 네트워크로 바뀌긴 했습니다.

92년도인가 93년도쯤인가 인터넷이라는 것이 된다고 같은 부서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맡았던 팀이 연구소장 및 주요 임원들을 모시고 데모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는 신입이였기 때문에 거기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에 모자이크라는 브라우저를 열심히 써보고 신기해하기도 했었죠. 개발하던 소프트웨어를 통합 빌드하면 짧게는 10분에서 전체 리빌드를 한다고 하면 2–3시간씩까지 걸리곤 해서 모자이크를 이용해서 말그대로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서핑하는 시간이 제법 늘어나곤 했습니다.

특히 인터넷이 되면서 기억이 남는 것이 있는데요. sunsite.unc.edu 라고 하는 ftp 서버를 접근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향이 많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에 anonymous 계정으로 접근을 해보면 유닉스기반의 온갖 공개소프트웨어들이 소스와 함께 올려져 있는 곳이였는데 수시로 이곳에 들려서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다운로드 받아서 빌드하고 설치하고 사용해보고 하면서 제가 개발하는 시스템에 적용해보고 시험해보곤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퇴근하기전에 다운로드를 걸어넣고 아침에 와서 압축파일을 풀고 빌드해서 이것저것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미지뷰어를 만들기 위해서 파일압축라이브러리를 뜯어다가 공부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미지뷰어의 모듈은 외부 프로그램에서 바로 콜을 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화가 매우 잘 되어 있었죠.

요즘에야 깃헙(Github) 을 뒤져보거나 스택오버플로우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도 귀찮으면 구글검색을 통해서 매우 빠르게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소스코드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검색시스템도 없었기에 SUNSITE의 오픈소스들은 정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저에게는 보물창고같은 곳이였습니다.

쓰다보니 생각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요즘에야 대부분 PDF 포맷을 문서용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그 당시에는 고품질의 문서는 대부분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로 된 문서였는데 이 포스트스크립트 포맷을 출력하는 프린터들은 매우 고가였습니다.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Ghostscript 라는 오픈소스는 이러한 포스트크립트 파일을 다양한 비트맵방식의 잉크젯, 레이저젯 프린터에서 출력할 수 있는 포맷으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사무실에 있는 HP 워크스케이션 프린터 드라이버에 이 고스트스크립트를 연결해서 일반 사용자들은 그냥 포스트스크립트 프린터가 있는 것 처럼 해서 고가의 PS을 지원하는 프린터 구매비용을 낮춘 일도 있었습니다. 이 일은 제 옆자리 선배님이 해주셨는데 아직도 이일을 추억삼아 자랑을 하곤하시죠.

아무튼 그 이후에 제가 하는 주업무는 제품 디자인, 설계, 생산에 이르는 프로세스 혁신과 관련된 시스템과 협업 시스템에 대한 것들이였습니다만 현재 제가 겪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넘어서서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기업에 이미 도입된 많은 협업 솔루션들이 예전의 일하는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고 여전히 현재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과는 매우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이나 협업이 아닌 미리 정의된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시스템과 협업 시스템들은 사실상 잘 동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큰 기업일 수록 바뀌기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기존의 레가시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시스템, 기존 프로세스을 버리지 못하는 한 어떤 최신의 시스템이 들어와도 쉽게 그 개선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원했던 업무 혁신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이 역시 제가 겪은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인트라넷을 MS 오피스와 MS 아웃룩에서 구글 앱스로 바꾼지 2년이 가까이 되어가고 있는데 처음에는 물론 불편함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회의실에서 그 어떤 회의자료도 볼 수 없습니다. 문서를 함께 작성하는데 같은 파일명을 가진 수많은 버전의 파일들이 이메일로 오고가는 일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누군가 작성하는 문서를 찾기 위해서 문서 요청을 하거나 자신의 폴더를 뒤적거리기보다는 간단한 몇 개의 키워드로 문서나 메일을 검색하면서 자료를 찾는 방식이 매우 단순해졌습니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이리저리 꾸미기를 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내용중심으로 보고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맡은 일 업무 강도가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았겠지요. 어떤 분들이 이러한 변화가 별것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매우 큰 변화이며 일하는 방식 역시 크게 바뀌었다고 믿습니다.

10여년 전에 선마이크로시스템에서 주창했던 NC(Network Computing)이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방식으로 PC, 모바일에 구현되고 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에릭슈미츠가 당시 선마이크로시스템의 CTO 였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보안을 강조하며 사내 인트라넷을 꽉 막고만 있으면서 자신만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서 운영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 보안으로 막혀진 벽을 허물고 바깥쪽과 안쪽이 유연하게 연결되며 정보가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여지고 이것이 앞으로 기업이 갖춰나가야할 협업 솔루션의 모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의 많은 대기업들이 보안을 이유로 너무나도 불필요한 문서 보안, 사내망 분리등을 외칩니다. 물론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서나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더욱 정교하게 적용되고 운영되어야 하겠지만 회사 전반에 걸쳐 너무 광범위하게 이러한 통제와 보안이 적용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미 많은 회사의 직원들은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카톡이나 밴드를 이용해서 사내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사내에서는 반드시 사내 메일이나 메신저만을 이용해서 소통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외부 메신저나 SNS을 통해서 외부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회사 눈치를 보느라고 그러한 소통을 자제하거나 회사의 홍보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SNS에 글을 올리곤 하지만 이미 젊은 직원들은 회사 눈치를 보기는 커녕 이러한 외부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이용해서 매우 왕성하게 소통을 하는 시대가 왔다는 점에서 기존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협업을 위한 여러 시스템들은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유연한 소통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마 하고는 있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기존의 프로세스와 규정 때문에 쉽지 않겠죠.

가장 손쉬운 접근 방법으로는 사내의 공인된 시스템과 공인되지 않은 외부 시스템간의 경계에서 사람들이 알아서들 적당히 활용하면서 협업을 하고 소통을 하도록 지금 처럼 두는 것입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일들을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데에는 한계가 생길테지요. 하지만 이러한 것을 허용하고 묵인하는 것이 전체적인 결과나 효용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억지로 외부 시스템을 자신들의 인트라넷에 적용하고 통합한다고 하다가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기대효과는 턱없이 나오지 않을 바에는요.

사실 이러한 것은 기업문화와 기업의 지식경영의 방향과도 면밀히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외부의 좋은 사례를 듣고 우리 기업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들을 하기 쉽지만 사실 일반적인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에서의 사람의 태도는 회사의 인트라넷에 접근할때와는 생각보다 많이 다릅니다.

회사내의 여러 협업시스템 (메일, 메신저, 문서관리시스템 등등해서) 을 사용할 때 이미 직원들은 스스로들 그 경계를 이해하고 행동을 자제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적당히 외부의 여러 커뮤니케이션 수단 , SNS 등의 사용을 열어주고 전체적인 협업의 효과와 소통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짧은 의견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통을 하기 위해서 단순히 하나의 방식, 하나의 도구만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점과 대상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도구를 함께 이용해서 원하는 업무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욱더 이러한 접근 방법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핫하게 떠오르는 Slack과 같은 협업 솔루션을 보면 그렇게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솔루션들이 기존에 이미 있음에도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고 다양하게 소통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리도 많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넘쳐나도 여전히 원만한 소통을 하지고 못하고 원하는 만큼의 협업을 잘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앞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게 되면 이에 걸맞는 새로운 협업, 커뮤니케이션하는 도구들도 함께 새로 등장을 하겠지요. 아마 텔레파시와 같이 뇌파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시절이 와도 커뮤니케이션/소통은 여전히 어렵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통, 원만한 협업이라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일텐데 그것이 잘 되기 위해서 서로의 상황이나 문제점들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부터가 시작일텐데요. 협업 솔루션이라는 것이 이렇게 서로의 상황, 컨텍스트를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사람 각자의 가치판단과 성격을 고쳐주지는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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